문명과 발전, 도시를 택했던 이들이 다시 숲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해, 스트레스가 범람하는 요즘, 새로운 탈출구로 떠오른 삼림욕이란은 ‘필요’가 아닌 ‘필수 사항’이다.
우리의 환경,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매연, 공해로 점령된 지 오래다. 안전지대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도 불안 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실외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2007년 환경 건강연구부 실내 환경과가 발표한<생활용품 오염물질 방출시험 및 방출연구 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대표적인 가구류와 전기ㆍ전자 제품들 중 일부 제품은 사용할 때마다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에너지고(高)효율화를 위한 건물의 환기부족으로 실내는 점점 오염되고 있다.
숲, 이 시대의 라이징 스타가 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삼림욕의 역사는 1840년, 독일의 온천 휴양지인 바데나덴에서 숲속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는 기후 요법에서 비롯되었다.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온천과 자연산책 등 휴양방법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부터 ‘삼림욕’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장균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유해화학물질이 섞인 공기를 흡입하다 보니 장기나 폐가 좋지 못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숲 속에서 호흡하는 공기에는 다량의 깨끗한 산소가 녹아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건강에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예전 폐결핵 환자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치료한 것은 모두 이 때문”이라 했다. 뿐만 아니라 “도시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숲이 내뿜는 음이온, 항균물질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숲”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숲에 답이 있다
이미 독일과 일본에서는 삼림욕을 치료로 이용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숲을 하나의 치료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음이온 등의 요소들과 숲이 주는 심리적 안정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숲에서 활동하는 행동 자체가 건강에 좋다. 숲 속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실내 피트니스에서 뛰는 것보다 덜 힘들다. 운동할 때 들이마시는 산소의 양이 부족하면 피로를 더 느끼게 되는데, 숲은 질 좋은 산소를 공급해 같은 양을 움직여도 덜 피곤하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숲이 주는 선물
삼림욕을 이야기할 때 꼭 함께 나오는 말이 피톤치드와 음이온이다.
특히 피톤치드는 숲이 내뿜는 강력한 천연항생제로, 편백나무ㆍ소나무 등의 잎을 비비면 맡을 수 있는 상큼한 향기가 바로 이 물질이다. 향료를 만들 때 쓰는 테르펜 역시100가지가 넘는 피톤치드 종류 중 하나다. 이 물질들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천연 영양제, 피톤치드와 음이온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상처 부위에 침입하는 각종 박테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내뿜는 방향성 물질로, 몸에 무리 없이 흡수된다. 또한 인간이 만든 항생제와 달리 다양한 균에 저항할 수 있는 물질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 들이마시거나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몸 속의 나쁜 세균을 없애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숲에 있는 모든 식물이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하지만 잎이 둥근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피톤치드를 2배 이상 내뿜으며, 소나무는 보통 나무보다 피톤치드를 10배 더 방출한다. 피톤치드 만큼 중요한 것이 음이온이다. 하루 종일 휴대폰ㆍ컴퓨터 등 가전 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양이온으로 인해 균형이 깨진 몸은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도시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음이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미음이온 제품 시장은 거대하게 팽창되어 있을 정도다. 음이온의 한 종류인 오존은 침엽수가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숲을 찾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삼림 속 피톤치드vs 제품 속 피톤치드
최근 피톤치드 효과가 주목 받다 보니 관련 제품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벽지부터 심지어는 속옷까지 피톤치드 함유 표시를 달고 있다. 삼림욕의 효과를 느끼고 싶지만 숲을 찾아 떠날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시판 피톤치드 제품, 과연 삼림욕과 똑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을까?
국립 산림과학원에서 강하영 박사는 “피톤치드 효과만으로 볼 때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삼림욕이 주는 종합적인 효과와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삼림욕의 효능이 꼭 피톤치드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시중에 파는 피톤치드는 원재료를 고온ㆍ고압으로 처리한 뒤 정제 과정을 거친 것 으로 인체에 무해하다.
하지만 외국의 일부 공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것도 있다”며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관해 국립 산림과학원 유리화 박사는“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피톤치드와 비교해 볼 때 효과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효과의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직접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또한 “본질적으로 삼림욕이란 단순히 피톤치드 만이 아니라 지형, 햇볕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 숲의 여러 소리, 시각적인 것들이 복합적인 것으로 작용하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피톤치드가 나오지 않는 계절이라고 삼림욕을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유익물질은 적게 나오지만 풍경, 소리, 향기, 햇빛, 쾌적함을 몸으로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삼림욕”이라고 말했다.
/ 취재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
사진 신지호 기자, 최지안(여행 칼럼리스트)
사진제공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청, 담양군청
참고서적 《내 몸이 좋아하는 삼림욕》(넥서스 BOOKS)
도움말 강하영(국립 산림과학원 천연물화학연구실 박사) 유리화(국립 산림과학원 산림경영과 박사) 오장균(을지 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