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은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피톤치드 방출량이 최대로 많아지는 여름에 치유 효과가 가장 좋다. 사진은 산림청의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 / 산림청 제공
음식점을 하는 임모(48·서울 서대문구)씨는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고 남편과 사이도 좋지 않아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신경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항우울제도 복용했지만 증상이 뚜렷이 나아지지 않아 의사의 권유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는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니까 긍정적인 생각이 돌아오고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임씨의 우울증 증세는 많이 완화됐고, 스트레스 지수도 낮아져 있었다.
◆1주일에 한번 숲 산책하면 뇌기능 활발해져
▶스트레스 감소= 숲은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팀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34명의 심박변이도를 검사해보니, 평균 심박변이도가 참여 전 30.72ms에서 참여 후 40.29ms로 높아졌다. 최 교수는 "심박변이도 상승은 긴장을 풀어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됐다는 뜻"이라며 "숲에서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정서적 안정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 숲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이창욱 교수팀은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노인 36명을 대상으로 미로찾기 게임과 비슷한 형태인 '트레일메이킹테스트'를 시켜보니,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평균 134.2초에 끝냈지만 참여 후에는 120.6초로 빨라졌다. 이 교수는 "피톤치드와 산소를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돼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이라며 "1주일에 한번씩만 숲길을 따라 등산이나 산책을 해도 뇌기능이 활발하게 유지돼 치매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숲의 치유 효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국가 인증 자격인 산림치유지도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깅보다 느긋하게 걸어야 숲 치유 효과 커
숲의 치유 효과는 여름에 가장 좋다. 국립산림과학원 녹색산업연구과 유리화 박사는 "여름은 숲이 가장 울창한 시기이기 때문에 숲 치유 효과의 핵심 물질인 피톤치드 방출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숲의 치유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 이상 느린 속도로 걸으면서 삼림욕을 즐겨야 한다. '가볍게 뛰면 호흡량이 많아져서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게 돼 건강 효과가 더 좋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천천히 걸으면서 푸른 나뭇잎을 보고 숲소리를 듣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여유있게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계곡 소리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뇌의 알파파가 증가해 긍정적이고 차분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숲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명상만 해도 숲의 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산림청은 현재 '치유의 숲' 3곳을 운영하고 있고, 4곳은 조성 중이다〈표〉. 치유의 숲이란, 숲에서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숲과 휴양시설을 말한다.
▶산음 치유의 숲=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에 있다. 10명이 한 그룹이 돼 숲길을 산책하거나 트래킹, 목공예, 물치유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당일부터 3박4일까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으며, 참가비는 없다. 숙박비는 4인 기준 평일 3만 2000원, 성수기·공휴일·주말은 5만 5000원이다. 20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031)774-8133
▶장성 편백숲= 전남 장성군 서산면에 있다. 축령산에 조성된 편백나무 숲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맨발로 걷기, 해먹 만들어 휴식하기, 그림 그리기, 호흡법 훈련하기, 방 문패 만들기, 명상하기 등 총 37개 활동 중 7개를 따로 뽑아 구성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예약은 1주일 전까지 해야 하고, 비용은 무료이다. 숙박시설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문의 (061)393-1777
▶숲체원 치유의 숲= 강원 횡성군 둔내면에 있다. 치유센터는 현재 시설을 보완하고 있으며, 7월말~8월초쯤 개장한다.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은 물치유, 풍욕, 찜질치료, 요가, 필라테스 등이다. 치유센터 내에는 숙박시설이 없으며, 숲체원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문의 (033)340-6319
▶국립자연휴양림= 산림청은 현재 치유의 숲 4곳을 더 조성하고 있다. 이 외에 전국 36곳에 국립자연휴양림을 운영한다. 장소, 비용, 시설 등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홈페이지(www.huyang.go.kr)에서 알아볼 수 있다. 객실 예약은 미리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7월 객실 예약은 36곳 모두 마감됐다. 객실이 아닌 야영장은 한달 뒤 날짜로 매일 오전 9시에 예약을 받는다. 객실 신청과 야영장 예약 모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