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주는 건강 | ||
현대인들의 자연결핍증후군 |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50% 정도가 도시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도시환경에서 거주하는 비율)은 세계적인 통계보다 훨씬 높아서 약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서울에만 우리나라 인구의 25%인 1천만이 살고 있고, 주변의 수도권을 합치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천만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도시생활이 가져다주는 편리한 삶, 위생환경의 개선 등 여러 장점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도시화는 우리 인간의 근본적인 성향인 자연친화적 삶을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전 컬럼에서도 몇 번 언급한 것과 같이 ‘사바나 이론’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환경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숲에서 탄생하여 숲과 함께한 역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유전 설계는 현재까지도 숲 생활에 맞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숲을 비롯한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인들은 여러 가지 정신적, 육체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바나이론은 인간은 숲에 의존해야만 생존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임상적 질환을 나타내는 용어는 아니지만 로우브(Louv)라는 환경학자는 현대 도시인들이 가진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질환을 ‘자연결핍증후군’이라 표현했습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하루 생활을 돌아보십시오.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잠자고 생활합니다. 아침이면 승용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출근합니다. 직장은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더욱 자연과 단절된 환경입니다. 고층건물에 컴퓨터, 전화 팩스 등 수많은 전자기기들로 둘러싸여 있지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지내다 다시 퇴근하여 아파트에서 밤을 보냅니다. 자, 일상의 생활 패턴대로 움직인다면 어디 한번이라도 맨땅을 밟거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만져 볼 시간이 있습니까?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말이라도 숲을 찾지 않으면 우리의 몸은 아마도 자연과 전혀 접촉하고 교류할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로우브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만연하고 심각한 것이 ‘자연결핍증후군’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지난 2011년 6월 23일자 'Nature'지에는 도시환경이 얼마나 정신적인 위험을 가져오는지를 다각적인 방법으로 밝혀낸 연구논문이 발표되어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의과대학 레더보겐(Lederbogen)교수팀이 수행한 실험 결과의 요지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이미 잘 알려진 것이겠지만 이를 증명해 낸 것이 과학적 연구의 성과겠지요. 연구팀은 도시에서 출생해 거주한 사람들과 농산촌 지역의 사람들에게 ‘Montreal Imaging Stress Task'라는 스트레스 대응 측정 시험지를 치르게 했습니다. 시험을 치는 동안 영상장치를 이용해 뇌의 활성화 수준과 활성부분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도시의 사람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감정과 무드를 조절하는 뇌의 ’amygdala(편도체)'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더 크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도시 사람들은 뇌의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cingulate cortex'부분의 활성이 더 크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숲은 정신 건강의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이렇게 숲,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자연결핍증후군’의 해소 즉, ‘비타민 N(ature)'의 투여입니다. 현대 도시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는 숲을 만들어주고 또 그 숲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시 숲의 조성과 그것을 활용한 치유의 숲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지요. 깊은 산속의 아름답고 광활한 숲보다 현대인들에겐 일상에서 짬짬이 싸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시킬 주변의 숲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산림청과 수행한 도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직장 주변에 숲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직무스트레스가 적고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는 것이 도시숲에 대한 정당성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동떨어진 현대인들의 ‘자연결핍증후군’의 처방약은 Vitamin N(ature)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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