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이야기

어린이와 숲

마음의 등대 2011. 10. 18. 23:40

신원섭 어린이와 숲 2011-10-05

 

이런 저런 인연으로 여러 지역의 ‘숲 해설가 양성 교육’에 초청되어 강의를 합니다. 강의 때 매번 수강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숲 해설가’란 어떤 사람입니까? 단순히 숲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는 사람일까요? 말 그대로 숲을 해설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요? 물론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보아서 그런지 많은 답을 합니다. 그때 저는 항상 ‘Gillian’이란 8 살짜리 꼬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30년대 영국의 이야기입니다. 8살 된 Gillian의 학교생활은 엉망이었습니다. 숙제도 제때 안 해오고, 시험 성적도 밑바닥이었으며, 글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었습니다. 게다가 주위가 산만하여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고, 때론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며 수업시간을 보냈습니다. 보다 못한 학교에서는 Gillian의 부모를 불러 특수학교로 전학을 권유합니다. Gillian의 엄마는 걱정 끝에 의사와 상담을 합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의사는 Gillian을 진료실에 남기고 엄마와 잠시 얘길 나누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며 라디오를 틀어놓고 나갑니다. 그리곤 밖에서 엄마와 함께 Gillian을 관찰합니다. 잠시 후 의사와 엄마는 라디오의 음악에 맞춰 천재적으로 춤을 추는 Gillian을 보게 됩니다. 그리곤 의사는 엄마에게 Gillian을 발레학교에 보내도록 추천합니다. 그 후 Gillian은 그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해 유명한 발레리나로 성공한 후 프로듀서가 되어 ‘Cats' 'Phantom of Opera'등의 명작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숲 해설은 숲의 지식뿐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깨닫게 해 줍니다.

 

만일 Gillian이 그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숲 해설가란 바로 Gillian의 인생을 의미 있게 변화시킨 의사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숲에 눈을 뜨게 만들고 흥미를 느끼게 해서 결국은 숲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숲 해설가가 아닐까요? 그래서 숲해설가란 단순히 숲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극과 흥미를 심어주고 그럼으로 일상에서 행동까지 변화시켜 주는 사람입니다. 특히 그 대상이 어린이일 경우엔 더욱 숲 해설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어릴 때의 자연과 접촉 경험이 일생의 자연과 조화로운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숲이 어린이들을 바꾼 사례가 또 하나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의 유력 일간지 밴쿠버 선은 최근 1면 톱기사로 한 학교의 기적과 같은 성취를 소개하였습니다. 밴쿠버 시내에 위치한 Grandview초등학교는 할렘은 아니지만 그리 부유하지 않은 동네에 자리 잡은 학교입니다. 8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주변에는 경찰이 항상 순찰을 돌아야 할 만큼 위험한 환경이었고 학생들 5명중에 4명은 기초 독해시험에서 낙제를 받곤 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도심의 학교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였지요. 당연히 선생님들로부터도 그리고 학생들로부터도 기피하는 학교가 되었답니다. 백인학생들은 이사를 가서 그 수가 줄어들고 결국 학생의 절반은 인디언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가 되었지요.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주 정부에서 실시한 기초학력 평가에서 재학생중  88%가 읽기, 쓰기 그리고 산수과목에서 기대수준을 훨씬 넘는 점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전년도의 성적만 보더라도 읽기에서 22%, 쓰기에서 63%, 그리고 산수에서 42%의 학생만이 통과한 것을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빗은 결과였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절망에서 희망을 꿈꾸며 비록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묵묵히 그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결국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Grandview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노력의 시발은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1996년 미 해병대 출신의 전과자가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성의 아들이 다니는 이 학교 선생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것입니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이 사나이는 체포되었지만 학교가 입은 타격은 매우 컸습니다. 밴쿠버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로 낙인찍힌 것입니다.


 

어릴 때의 숲 경험은 평생의 조화로운 삶에 영향을 줍니다.

 

그 이후 읽기 선생님인 웬디 포우크 (Wendy Fouks)를 비롯한 몇몇의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해 학교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자신감을 주는 일부터 시작하였지요. 또한 스스로 참여하고, 변화를 느끼며, 성취가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학교 숲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교의 공터에 숲과 자연 공간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숲을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숲은 사람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갖가지 범죄와 탈선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연과 멀어지고 자연과 단절된 생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절된 공간에서 컴퓨터와 게임에 몰두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은 같이 살아가는 법을 모릅니다. 숲이 이런 어린이들에게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삶을 가르쳐 줍니다. 그럼으로 자신의 변화는 물론 사회의 변화에 큰 원천이 됩니다.

 

숲은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삶을 가르칩니다.